SILVER LINING
Thomas Barger X Heami Lee
2023. 4. 20 - 2023. 5. 12
갤러리헤아는 개관전으로 <SILVER LINING> 전시를 연다. 디어 어드바이저리(DEAR Advisory)와 함께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을 기반으로 도예작업을 하는 이혜미 작가와, 미국 뉴욕 기반의 조각가 토마스 바저(Thomas Barger)의 작품을 선보인다. 재료의 물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두 작가의 작업은 자세히 들여다 볼 때 물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반전 요소를 가지고 있다. 두 작가의 자유로운 작업물이 만나 채워진 공간은 또 다른 씬을 만들어 준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토마스 바저는 보수적이고 종교적 성향이 강한 일리노이주의 작은 시골 마을 마툰(Mattoon)에서 자랐으며 건축과 조경을 전공했다. 동성애적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뉴욕에 매료된 그는 서로 다른 환경적 경험을 작품의 주된 주제로 삼고 있다. 바저는 시골과 도시, 전통과 혁신, 통제와 발산 등 상반되는 환경에서 느낄 수 있는 대조적인 개념들을 체내화하여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그의 작업은 자유로운 선과 부드러운 색감으로 푹신한 감각을 자아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단하고 견고하다. 달콤한 색감과 유려한 곡선, 그리고 그 안에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구멍 같은 요소들은 그의 작업적 특징이다.
버려진 가구에 종이 펄프를 덧붙여 굳힌 후 매끈하게 갈아내고 반복적으로 색을 입히는 바저의 작업은 2016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이러한 조각들이 ‘거의 공장에서 제조된 것 같은 느낌’을 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가구와 조각의 경계에 있는 그의 작품은 때로는 예술의 세계를 방해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예술작품을 보러온 관객들에게 가구 매장에 온 것 같은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가구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작품들은 바저의 작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단순히 장식적인 디자인을 넘어 의미를 탐구해나가는 지금 세대의 디자이너 그리고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바저 또한 기존 작업에서 벗어난 작업들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것의 시작점인 벽면 작업과 서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제작한 특별한 텍스처의 작업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토마스 바저의 작업과 더불어 전시장 곳곳을 밝히고 있는 이혜미 작가의 은빛 오브제들은 도자 위에 은은 켜켜이 쌓아 올린 작업이다. 서울에서 흙을 바탕으로 기와 오브제 작업을 하는 이혜미 작가는 ‘시간의 축적’을 작업의 화두로 삼는다. 작가는 흙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 토대에 유약을 발라 굽고, 그 후로 은을 올려 다시 굽고, 연마하기를 반복한다. 이혜미 작가의 작업은 정성으로 빚은 시간의 결과물이며, 이러한 작업 과정 그 자체가 작가 스스로에게 큰 유희이다. 이러한 유희의 과정은 작가의 작업 철학이기도한 ‘호모루덴스(homo ludens), 유희하는 인간’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작업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은은 황화현상으로 인해 은빛에서 금빛으로, 적빛에서 흑빛으로 오랜 기간을 거쳐 오묘하게 변화한다. 따라서 은으로 마감된 이 작품들은 공간과 온도, 습도를 만나 자연적인 변화를 거듭해 새로운 장면과 분위기를 연출한다. 각기 다른 황화현상이 발현된 오브제들은 한 장면에 두었을 때, 마치 세월의 여러 장면을 대면하며 일렁이는 감정을 불러온다. 작가가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시간을 쌓아 작품을 만들었다면, 이후에는 은의 자연적 물성이 시간을 축적해나가며 스스로 그 모습을 변화시킨다. 우리 옛 선조들의 과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존경하는 이혜미 작가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수반과 소반 형태의 다양한 변주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원도 소반에서 착안된 실버라인 작업들과, 선조들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절제된 미와 맞닿아 있는 따듯한 오브제 작업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Installation View
Artworks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Heami Lee
© Heami Lee
© Heami Lee
© Heami Lee
© Heami Lee
Featured Artist
토마스 바저 Thomas Barger
토마스 바저는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각가이다. 보수적이고 종교적 성향이 강한 일리노이주의 작은 시골 마을 마툰(Mattoon)에서 자랐으며 건축과 조경을 전공했다. 동성애적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뉴욕에 매료된 그는 서로 다른 환경적 경험을 작품의 주된 주제로 삼고 있다. 바저는 시골과 도시, 전통과 혁신, 통제와 발산 등 상반되는 환경에서 느낄 수 있는 대조적인 개념들을 체내화하여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버려진 가구에 종이 펄프를 덧붙여 굳힌 후 매끈하게 갈아내고 반복적으로 색을 입히면서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를 구축해 나간다. 그의 작업은 자유로운 선과 부드러운 색감으로 푹신한 감각을 자아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단하고 견고하다. 달콤한 색감과 유려한 곡선, 그리고 그 안에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구멍 같은 요소들은 그의 작업적 특징이다. 바저의 작품은 가구와 조각의 경계에 있으며, 때로는 디자인의 세계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가구샵에 들어선 것 같은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가구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작품들은 그의 작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토마스 바저의 작업은 가구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머를 내포한 지적, 정서적, 정신적 탐구의 여정으로 나아간다.
이혜미 Heami Lee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흙을 베이스로 용도에 한정되지 않는 오브제와 테이블웨어를 제작한다. 그의 작업은 과일이나 식물을 담아내는 쓰임을 가지기도 하고 오브제 자체가 하나의 조형이 되어 훌륭하게 공간을 채우기도 한다. 풍경과의 조우는 오브제를 더 영롱하게 만들며 마침내 놓여진 자리에서 작업의 완성에 이른다. 이혜미는 선조들의 과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존경한다. 소박한 아름다움이야말로 절제된 형태의 미감이라 생각하며 오래되고 익숙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간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기 위 은채로 작업하는 주된 기법은 시간을 존중하는 작가의 의도를 함축한다. 작가는 매 작업마다 직접 흙을 만져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 뒤 그 위로 은을 켜켜이 쌓아올린다. 이는 행위를 통해 온전히 시간을 쌓는 것이며 응축된 아름다움과 유연한 우아함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이혜미의 작업은 정제된 조형 안에 풍경을 끌어안는 넉넉함을 담으며 세라믹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SILVER LINING
Thomas Barger X Heami Lee
2023. 4. 20 - 2023. 5. 12
갤러리헤아는 개관전으로 <SILVER LINING> 전시를 연다. 디어 어드바이저리(DEAR Advisory)와 함께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을 기반으로 도예작업을 하는 이혜미 작가와, 미국 뉴욕 기반의 조각가 토마스 바저(Thomas Barger)의 작품을 선보인다. 재료의 물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두 작가의 작업은 자세히 들여다 볼 때 물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반전 요소를 가지고 있다. 두 작가의 자유로운 작업물이 만나 채워진 공간은 또 다른 씬을 만들어 준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토마스 바저는 보수적이고 종교적 성향이 강한 일리노이주의 작은 시골 마을 마툰(Mattoon)에서 자랐으며 건축과 조경을 전공했다. 동성애적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뉴욕에 매료된 그는 서로 다른 환경적 경험을 작품의 주된 주제로 삼고 있다. 바저는 시골과 도시, 전통과 혁신, 통제와 발산 등 상반되는 환경에서 느낄 수 있는 대조적인 개념들을 체내화하여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그의 작업은 자유로운 선과 부드러운 색감으로 푹신한 감각을 자아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단하고 견고하다. 달콤한 색감과 유려한 곡선, 그리고 그 안에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구멍 같은 요소들은 그의 작업적 특징이다.
버려진 가구에 종이 펄프를 덧붙여 굳힌 후 매끈하게 갈아내고 반복적으로 색을 입히는 바저의 작업은 2016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이러한 조각들이 ‘거의 공장에서 제조된 것 같은 느낌’을 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가구와 조각의 경계에 있는 그의 작품은 때로는 예술의 세계를 방해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예술작품을 보러온 관객들에게 가구 매장에 온 것 같은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가구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작품들은 바저의 작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단순히 장식적인 디자인을 넘어 의미를 탐구해나가는 지금 세대의 디자이너 그리고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바저 또한 기존 작업에서 벗어난 작업들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것의 시작점인 벽면 작업과 서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제작한 특별한 텍스처의 작업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토마스 바저의 작업과 더불어 전시장 곳곳을 밝히고 있는 이혜미 작가의 은빛 오브제들은 도자 위에 은은 켜켜이 쌓아 올린 작업이다. 서울에서 흙을 바탕으로 기와 오브제 작업을 하는 이혜미 작가는 ‘시간의 축적’을 작업의 화두로 삼는다. 작가는 흙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 토대에 유약을 발라 굽고, 그 후로 은을 올려 다시 굽고, 연마하기를 반복한다. 이혜미 작가의 작업은 정성으로 빚은 시간의 결과물이며, 이러한 작업 과정 그 자체가 작가 스스로에게 큰 유희이다. 이러한 유희의 과정은 작가의 작업 철학이기도한 ‘호모루덴스(homo ludens), 유희하는 인간’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작업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은은 황화현상으로 인해 은빛에서 금빛으로, 적빛에서 흑빛으로 오랜 기간을 거쳐 오묘하게 변화한다. 따라서 은으로 마감된 이 작품들은 공간과 온도, 습도를 만나 자연적인 변화를 거듭해 새로운 장면과 분위기를 연출한다. 각기 다른 황화현상이 발현된 오브제들은 한 장면에 두었을 때, 마치 세월의 여러 장면을 대면하며 일렁이는 감정을 불러온다. 작가가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시간을 쌓아 작품을 만들었다면, 이후에는 은의 자연적 물성이 시간을 축적해나가며 스스로 그 모습을 변화시킨다.
우리 옛 선조들의 과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존경하는 이혜미 작가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수반과 소반 형태의 다양한 변주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원도 소반에서 착안된 실버라인 작업들과, 선조들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절제된 미와 맞닿아 있는 따듯한 오브제 작업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Artworks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Thomas Barger
© Heami Lee
© Heami Lee
© Heami Lee
© Heami Lee
© Heami Lee
Featured Artist
토마스 바저 Thomas Barger
토마스 바저(Thomas Barger)는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각가이다. 보수적이고 종교적 성향이 강한 일리노이주의 작은 시골 마을 마툰(Mattoon)에서 자랐으며 건축과 조경을 전공했다. 동성애적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뉴욕에 매료된 그는 서로 다른 환경적 경험을 작품의 주된 주제로 삼고 있다. 바저는 시골과 도시, 전통과 혁신, 통제와 발산 등 상반되는 환경에서 느낄 수 있는 대조적인 개념들을 체내화하여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버려진 가구에 종이 펄프를 덧붙여 굳힌 후 매끈하게 갈아내고 반복적으로 색을 입히면서 자신만의 조형적 언어를 구축해 나간다. 그의 작업은 자유로운 선과 부드러운 색감으로 푹신한 감각을 자아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단하고 견고하다. 달콤한 색감과 유려한 곡선, 그리고 그 안에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구멍 같은 요소들은 그의 작업적 특징이다. 바저의 작품은 가구와 조각의 경계에 있으며, 때로는 디자인의 세계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가구샵에 들어선 것 같은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가구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작품들은 그의 작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토마스 바저의 작업은 가구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머를 내포한 지적, 정서적, 정신적 탐구의 여정으로 나아간다.
이혜미 Heami Lee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흙을 베이스로 용도에 한정되지 않는 오브제와 테이블웨어를 제작한다. 그의 작업은 과일이나 식물을 담아내는 쓰임을 가지기도 하고 오브제 자체가 하나의 조형이 되어 훌륭하게 공간을 채우기도 한다. 풍경과의 조우는 오브제를 더 영롱하게 만들며 마침내 놓여진 자리에서 작업의 완성에 이른다. 이혜미는 선조들의 과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존경한다. 소박한 아름다움이야말로 절제된 형태의 미감이라 생각하며 오래되고 익숙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간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기 위 은채로 작업하는 주된 기법은 시간을 존중하는 작가의 의도를 함축한다. 작가는 매 작업마다 직접 흙을 만져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 뒤 그 위로 은을 켜켜이 쌓아올린다. 이는 행위를 통해 온전히 시간을 쌓는 것이며 응축된 아름다움과 유연한 우아함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이혜미의 작업은 정제된 조형 안에 풍경을 끌어안는 넉넉함을 담으며 세라믹의 확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