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vetail》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료를 탐구해온 두 작가, 이혜미와 최성일의 감각이 정교하게 어우러진 협업전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이혜미는 도자 위에 은을 입히는 수행적인 반복을 통해 시간의 연결성과 물성의 미세한 변화를 이야기해왔으며, 최성일은 금속, 메쉬, 나무 등 다양한 재료를 구조화하며 기능과 형태, 제작 방식 사이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실험해왔다. 동시대에 태어난 두 작가는 상이한 환경과 도시에서 작업을 전개하면서 각자의 재료와 방식으로 조형 세계를 확장해 온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궤적을 그려온 두 사람이 하나의 공간안에서 그들의 조형언어를 교차시켜 만든 첫 협업의 자리이다.
전시의 타이틀인 《Dovetail》은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다’라는 의미와 더불어 제비꼬리 모양의 톱니 구조로 두 목재를 단단히 고정하는 전통 목공 기법인 도브테일 조인트(dovetail joint)의 개념에서 유래했다. 이 결합 방식은 접착제 없이 두 부재가 서로를 지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로, 두 작가의 작업이 조응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작업이 하나의 조형물로 결합하는 과정을 실험한다. 이혜미의 도자 오브제와 최성일의 구조는 새로운 조형 언어로 합일되고, 대화 속에서 발견한 단서들로 다양하게 확장해나간다. 서로의 구조를 어느 때는 들어올리고 어느 때는 맞닿아 지탱하면서 마침내 꼭 맞아 떨어지는 지점을 향해 가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의 작업은 빛을 매개로 한 조명 작업과 도자오브제와 금속 및 목재 구조가 맞물리는 입체 조형, 두 개의 조형 파트로 구성된다. 먼저 조명 작업인 〈Bark&Vine〉에서 최성일의 구조는 이혜미의 오브제를 유연하게 끌어올려 빛과 형태가 함께 발화되는 지점을 마련한다. 거친 질감과 상반되는 따뜻한 빛을 머금은 이혜미의 비정형 오브제는 춤추듯 흐르는 라인으로 형태적 긴장을 조율하는 최성일의 유려한 구조와 만나 하나의 유기적 조형으로 완성된다. 작품은 소재에 따라 각기 다른 결의 은빛을 발산하는데 상이한 질감에서 오는 빛이 서로 조응하며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조응은 단지 형태의 조화 뿐 아니라, 빛과 재료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조형적 사유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입체 조형 파트인 〈Silver donut〉, 〈Bloom〉, 〈BERG〉 등의 작업은 이혜미의 오브제를 최성일의 구조가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최성일은 흙의 물성과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혜미의 도자 작업의 특성을 살피며, 각 형태에 가장 적합한 소재-금속 혹은 목재-를 선택해 정밀하게 구조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두 작가의 작업은 사이사이에 숨겨진 미세한 장치들을 통해 정밀하게 맞물리며 구조적 완결성을 이루는데 이러한 정교한 결합은 다양한 재료와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끌어온 최성일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작업은 위로 끌어올리는 구조로, 어떤 작업은 아래에서 받쳐주는 형태로 마무리 되며 달라지는 결합 과정은 두 작가의 유연한 태도와 조형 언어 간의 열린 관계를 보여준다.
각자의 조형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인 작업을 하나의 구조물로 결합하는 일은 서로의 방식과 감각을 기꺼이 수용하거나 조율하는 태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작품의 스케치부터 마무리까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던 제작과정은 매 단계마다 새로운 시도를 요했으며, 결과적으로 각 작가의 손길로는 도달할 수 없던 방식의 작업까지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의미에서 《Dovetail》은 작품의 물리적인 결합을 뜻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는 이들의 작업 세계가 합일되는 전 과정을 함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어쩌면 그동안 두 작가가 낯선 길을 걸으며 나눴던 대화록을 살펴보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가보지 않은 길이었으나 그럼에도 함께라 닿을 수 있었던 생경한 장소. 이 곳에서의 쉼표로 우리는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한다. (글. 이지원)
Installation View
Artworks
Dovetail
Seongil Choi X Heami Lee
2025.06. 18 - 2025. 06. 29
Curated by Jiwon Lee
Organized by Galerie HeA
《Dovetail》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료를 탐구해온 두 작가, 이혜미와 최성일의 감각이 정교하게 어우러진 협업전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이혜미는 도자 위에 은을 입히는 수행적인 반복을 통해 시간의 연결성과 물성의 미세한 변화를 이야기해왔으며, 최성일은 금속, 메쉬, 나무 등 다양한 재료를 구조화하며 기능과 형태, 제작 방식 사이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실험해왔다. 동시대에 태어난 두 작가는 상이한 환경과 도시에서 작업을 전개하면서 각자의 재료와 방식으로 조형 세계를 확장해 온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궤적을 그려온 두 사람이 하나의 공간안에서 그들의 조형언어를 교차시켜 만든 첫 협업의 자리이다.
전시의 타이틀인 《Dovetail》은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다’라는 의미와 더불어 제비꼬리 모양의 톱니 구조로 두 목재를 단단히 고정하는 전통 목공 기법인 도브테일 조인트(dovetail joint)의 개념에서 유래했다. 이 결합 방식은 접착제 없이 두 부재가 서로를 지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로, 두 작가의 작업이 조응하는 방식과도 닮았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작업이 하나의 조형물로 결합하는 과정을 실험한다. 이혜미의 도자 오브제와 최성일의 구조는 새로운 조형 언어로 합일되고, 대화 속에서 발견한 단서들로 다양하게 확장해나간다. 서로의 구조를 어느 때는 들어올리고 어느 때는 맞닿아 지탱하면서 마침내 꼭 맞아 떨어지는 지점을 향해 가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의 작업은 빛을 매개로 한 조명 작업과 도자오브제와 금속 및 목재 구조가 맞물리는 입체 조형, 두 개의 조형 파트로 구성된다. 먼저 조명 작업인 〈Bark&Vine〉에서 최성일의 구조는 이혜미의 오브제를 유연하게 끌어올려 빛과 형태가 함께 발화되는 지점을 마련한다. 거친 질감과 상반되는 따뜻한 빛을 머금은 이혜미의 비정형 오브제는 춤추듯 흐르는 라인으로 형태적 긴장을 조율하는 최성일의 유려한 구조와 만나 하나의 유기적 조형으로 완성된다. 작품은 소재에 따라 각기 다른 결의 은빛을 발산하는데 상이한 질감에서 오는 빛이 서로 조응하며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조응은 단지 형태의 조화 뿐 아니라, 빛과 재료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조형적 사유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입체 조형 파트인 〈Silver donut〉, 〈Bloom〉, 〈BERG〉 등의 작업은 이혜미의 오브제를 최성일의 구조가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최성일은 흙의 물성과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혜미의 도자 작업의 특성을 살피며, 각 형태에 가장 적합한 소재-금속 혹은 목재-를 선택해 정밀하게 구조를 설계하고 제작했다. 두 작가의 작업은 사이사이에 숨겨진 미세한 장치들을 통해 정밀하게 맞물리며 구조적 완결성을 이루는데 이러한 정교한 결합은 다양한 재료와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끌어온 최성일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작업은 위로 끌어올리는 구조로, 어떤 작업은 아래에서 받쳐주는 형태로 마무리 되며 달라지는 결합 과정은 두 작가의 유연한 태도와 조형 언어 간의 열린 관계를 보여준다.
각자의 조형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인 작업을 하나의 구조물로 결합하는 일은 서로의 방식과 감각을 기꺼이 수용하거나 조율하는 태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작품의 스케치부터 마무리까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던 제작과정은 매 단계마다 새로운 시도를 요했으며, 결과적으로 각 작가의 손길로는 도달할 수 없던 방식의 작업까지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의미에서 《Dovetail》은 작품의 물리적인 결합을 뜻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는 이들의 작업 세계가 합일되는 전 과정을 함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어쩌면 그동안 두 작가가 낯선 길을 걸으며 나눴던 대화록을 살펴보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가보지 않은 길이었으나 그럼에도 함께라 닿을 수 있었던 생경한 장소. 이 곳에서의 쉼표로 우리는 또 다른 여정을 준비한다. (글. 이지원)
Artworks
Featured Artist
최성일
런던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런던과 베를린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서울을 중심으로 독립디자이너로서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최성일 작가는 소재와 생산공정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용적인 사물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디자인 과정은 재료와 공정을 둘러싼 이야기를 사물에 담아낼 수 있는 기초가 되며, 완성된 오브제는 그 자체로 서사를 응축한 매체로 존재한다. 독창적인 기능과 아름다움은 독창적인 소재와 제작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믿음 아래 공예와 산업, 예술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 들며 감각적인 조형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혜미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흙이라는 소재를 통해 다채로운 물성을 탐구한다. 쓰임에 구애 받지 않는 오브제를 만들고 도자 위에 은을 올리는 과정 속에 시간에 대한 존중을 담아낸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조형을 빚으며, 은을 덧입히는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시간의 연결성과 응축된 아름다움, 유연한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이혜미 작가의 작품은 공간의 습도와 온도에 반응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작가와 관객 사이 자연스러운 연결을 형성하면서 고유한 존재로 완성된다.
Featured Artist
최성일
런던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런던과 베를린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서울을 중심으로 독립디자이너로서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최성일 작가는 소재와 생산공정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용적인 사물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디자인 과정은 재료와 공정을 둘러싼 이야기를 사물에 담아낼 수 있는 기초가 되며, 완성된 오브제는 그 자체로 서사를 응축한 매체로 존재한다. 독창적인 기능과 아름다움은 독창적인 소재와 제작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믿음 아래 공예와 산업, 예술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 들며 감각적인 조형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혜미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흙이라는 소재를 통해 다채로운 물성을 탐구한다. 쓰임에 구애 받지 않는 오브제를 만들고 도자 위에 은을 올리는 과정 속에 시간에 대한 존중을 담아낸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조형을 빚으며, 은을 덧입히는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시간의 연결성과 응축된 아름다움, 유연한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이혜미 작가의 작품은 공간의 습도와 온도에 반응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작가와 관객 사이 자연스러운 연결을 형성하면서 고유한 존재로 완성된다.